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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숫자로 파헤치는 로또 6/45

TOPIK 2018. 4. 30.

결국 인생은 복불복

(금수저 제외)



앞의 두 글에서 우리는 로또의 확률을 직접 계산하고, 또 세가지 번호 선택 방법을 비교했습니다. 이번에는 앞의 내용과 나눔로또(http://www.nlotto.co.kr)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해서 로또를 숫자로 살펴봅시다.






 1등 당첨 확률은 1/8,145,060 = 0.000012%

 

2등 당첨 확률은 6배인 0.000074%. 우리에게 너무 큰 숫자나 너무 작은 숫자는 와닿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1등 당첨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다른 방법으로 표현해보면, 동전 하나를 24번 던져서 앞면이나 뒷면이 연속으로 24번 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2등은 21~22번 연속, 3등은 17~18번 연속 같은 면이 나올 확률과 비슷하구요. 4, 5등을 포함해서 아무거나 하나라도 당첨될 확률은 2.4%로, 적어도 매주 4만원 어치 40게임은 사야 평균적으로 하나 정도 당첨될 수 있습니다.

실제 1등 당첨 확률은 어떨까요? 먼저 최근 500 회차의 총 판매 게임수 흐름을 살펴봅시다.


약 10년 전인 302회차부터 2018년 4월의 801회차까지 총 판매 게임수는 증가 추세를 보입니다. 보통 경기가 어려울수록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고려하면, 10년 동안 점점 살기 힘들어진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래프 중간에 우뚝 솟은 한 회차가 보입니다. 463회차에 당첨자가 없어 당첨금이 이월되면서 464회차에서는 무려 1억 2,000만 개가 넘는 게임이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10개 회차를 보면 평균적으로 회당 7,700만 게임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 번호 조합은 약 800만개고, 그럼 같은 번호가 평균적으로 9~10개 정도 판매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평균적으로 1등 당첨자 수가 9~10명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러나 판매 게임수에 따라 1등 당첨 게임수는 차이가 날 수 있기때문에 총 판매 게임수 대비 1등 당첨 게임수의 비율, 곧 회차별 1등 당첨 확률을 계산해봅시다.


워낙 1등 당첨자 수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계산된 확률에 10,000을 곱했습니다. 그래프를 봤을 때 1등 당첨자의 비율에는 (조금씩 흔들리긴 하지만)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전체 500회차의 1등 당첨 게임수 비율의 평균은 0.00001269%로 숫자로 계산된 확률과 거의 비슷합니다. 


이론적인 확률과 실질적인 확률에는 큰 차이가 없고, 로또는 생각보다 공정합니다. 문제는 가끔씩 우연히 아주 많거나 적은 1등 당첨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죠. 앞서 살펴본 대로 463회에는 약 5천만 게임이 팔렸지만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가장 높은 점은 546회의 것이고 이때 1등 당첨자 게임 수가 무려 30개나 됐습니다. 이런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당첨금이죠.





 1등 예상 당첨 금액은 19억  5,216만원

 

45개 숫자 중 6개를 선택하는 모든 가능한 조합이 정확히 1장씩 판매되었다고 가정하면, 1등 예상 당첨금액은 19억 5,216만 원입니다. 그러나 5만원 초과 금액에 대한 세금, 약 6억 원을 납부하면 1등 당첨자의 실수령 예상금액은 13억 4,094만 원이 됩니다. 

그러나 1등 당첨 게임 수가 회차마다 다르고, 당첨금에 영향을 미치는 4등과 5등의 당첨게임수도 매번 달라서 실제 1등 1게임 당 당첨금액은 그때그때 다릅니다. 


히스토그램에서 당첨금액은 5억원 단위로 구간을 지정했습니다. 비중이 높은 3번째, 4번째, 5번째 구간은 10억~25억을 의미하고 예상 당첨금액과 가깝습니다. 실제로 최근 500회 동안 3,661개의 1등 당첨 게임이 있었고 1등 당첨자들이 가져간 당첨금액의 합계는  6조 8,857억원으로, 1등 당첨 1게임당 평균 18억 8,081억 원을 수령했습니다.


로또 1등이라고해서 다 똑같은 1등은 아니죠. 앞에서 나왔던 546회 차에서는 1등 당첨 게임이 30개나 나와서 1게임당 4억 594만 원밖에 못받았습니다. 물론 큰 돈이지만 예상 금액의 25%밖에 되지 않네요. 그 다음은 381회차의 5억 6,574만 원, 312회차의 6억 2,902만 원 순입니다. 


반대로 당첨금액이 예상보다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최고 1등 당첨금액은 19회 차의 407억원입니다.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최근 500회차 중에서는 534회차가 142억 1,576만 원, 551회차가 135억 2,697만원, 515회차가 132억 4만원으로 엄청 부럽습니다. 불운의 546회차에 비해 20배나 높습니다. 이 회차들의 공통된 특징은 뭘까요? 세 회차 모두 우리나라 전국민의 숫자보다 많은 5,000만 이상의 게임이 판매되었으나 1등 당첨자는 1명이었습니다. 




잊고 있었던 2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봅시다. 2등 1게임당 예상 당첨금액은 5,423만 원이지만 세금을 제한 실수령금액은 4,230만원입니다. (왠지 모르게 푼돈같이 느껴지지만 여전히 큰 돈입니다.) 최근 500회 동안 총 2만 1,283개의 게임이 2등에 당첨되어 총 당첨금액 1조 1,476억원을 5,392만원씩 나눠가졌습니다.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네요.


1등과 달리 2등 당첨금액의 히스토그램은 더 무난하게 생겼습니다. 예상대로 5,000만원 대의 1인당 당첨금액이 가장 많고, 1인당 당첨금액이 3,000만 원보다 적을 때도 있고 1억 원이 넘을 때도 있었네요. 제일 당첨금액이 적었을때는 무려 110명의 2등 당첨게임이 나온 745회차 2,263만 원으로 예상 당첨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반면 5,273만 게임이 팔린 422회차에서는 2등 당첨자가 21명 밖에 없어서 1 게임당 예상보다 2배쯤되는 1억 501만원의 당첨금이 지급되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총 판매게임수가 늘어날 수록 전체 판돈(?!)은 커지고, 당첨자 숫자가 적어야 덜 나눠 가지니까 당첨금액이 많아집니다. 당첨도 운, 당첨금액도 운이 좋아야합니다. 







 1,000원짜리 로또 중 당첨금으로 쓰이는 건 407원


1,000원 짜리 로또를 사면 절반인 500원은 당첨금으로, 나머지는 기금과 운영비로 쓰입니다. 그러나 5만원 초과 당첨금에 대해서는 22%, 3억 초과 당첨금에는 33%의 세금이 부과됩니다. 하나의 번호 조합이 하나씩 팔린 상황을 가정하면, 전체 판매금액 81억 4,506만원 중 총 당첨금은 정확히 절반은 40억 4,506만 원이 되고, 이 중 7억 5,437억원이 세금 납부에 쓰이고 실제 실수령 당첨금액 합계는 33억 1,816만원이 됩니다. 

아무튼 우리는 1,000원짜리 한 게임을 살때마다 407원을 당첨금으로 나눠가지고 나머지 돈은 다른 사람 손에 헌납(?!)합니다. 자세한 내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진짜 대박은 1등 당첨자가 나온 판매점


로또 1등이 하나 나오기 위해선 평균적으로 814만 장이 팔려야 합니다. (어렵게 표현을 하면 확률의 역수입니다.) 만약 어떤 판매점에서 1등 당첨 게임이 하나 나왔다면 그 판매점에서만 (회차에 구분없이 누적해서) 814만 게임이 팔렸다는 것이고, 2등 당첨 1게임이 나왔다면 136만 장이 팔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또 한 게임 1,000원 중 판매점이 가져가는 것은 55원입니다. 그럼 1등 당첨 게임이 나온 판매점의 예상수수료 수입은 게임당 수수료 55원과 예상 판매 게임수 814만을 곱해 계산할 수 있습니다. 4억 4,798만원 입니다. 2등의 경우 확률이 6배니까 예상 판매 게임수가 1/6로 줄어 예상 판매 수수료가 7,466만원 입니다. 보통 1등, 2등 당첨자는 인생에 한번정도 당첨됐지만, 1등이 한번 나온 판매점은 계속 장사가 잘 되니, 판매량은 더 늘고 1등이 나올 확률도 점점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참고로 현재 (262회 이후 부터) 1등 당첨 게임이 가장 많이 나온 판매처에서 1등 당첨 게임이 33번 나왔습니다. 그럼 이 판매점은 지금까지 약 33회*4억 4,790만원,  약 150억 원 정도의 수수료를 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가게가 우주의 기운이 흐르는 명당이 아니라는 가정하에서요.





 로또는 생각보다 공정하다


인터넷에서 로또에 대한 글들을 읽어보면 의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글에 유입되는 키워드를 보면 생각보다 '로또 사기'가 많습니다!) 매번 당첨자가 나오는 것은 수상하다, 당첨금액이 들쭉날쭉한 것도 의심스럽다, 왜 추첨방송은 녹화를 하는가 등 수많은 의심들이 있지만, 적어도 데이터로 살펴보면 전혀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회차마다 7천 만개가 넘는 게임이 판매되니까 매번 당첨자가 9명씩은 나오고, 당첨자가 많으면 당첨금액은 줄어들 수 밖에 없죠. 물론 녹화 방송에 대한 의심은 데이터로 해결할 수 없지만 당첨 번호 조합부터 당첨자 수, 당첨 금액은 문제가 없어보입니다.(참고로 저는 나눔로또6/45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저 역시 이번 실험에만 30만원을 날렸고, 그전부터 계속 날려오고 있습니다...) 


이론 적으로 어떤 번호를 선택하든 당첨 확률은 같습니다. 자동이든, 고심해서 조합한 번호든,[1,2,3,4,5,6]처럼 도저히 당첨되지 않을 것 같은 번호 조합이든 당첨확률은 항상 동일합니다.


그러나 번호를 직접 선택하는 수동보다는 자동번호가 당첨 예상 금액이 높을 수 있습니다. 수동으로 번호를 선택하다보면 패턴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고, 그럼 비슷한 패턴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등 당첨금액이 예상 금액의 절반에도 못미쳤던 745회 당첨번호는 아래와 같습니다. 


[1,2,3] [9,10] 그리고 [12, 23]처럼 뭔가 단순한 패턴을 가진 숫자조합이 당첨번호로 나왔고, 2등 당첨자가 예상보다 2배 이상이나 더 많이 나와서 당첨금이 줄었죠. 이 회차에는 1등도 20명이나 나와서 1게임당 8억원보다 적은 당첨금액을 가져갔는데요, 이 20명 중 수동이 11명, 반자동이 2명이나 됩니다. (일반적으로 1등 당첨자 중 자동의 비중이 높습니다.)


물론 수동이든 자동이든 당첨이 된다면 기분 좋은일이지만, 로또를 살 때를 기준으로 사람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번호 조합을 사는 것이 예상 당첨금액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조합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패턴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그냥 자동으로만 선택해도 수동보다는 예상 당첨금액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가끔 똑같은 조합을 여러개를 사는 분들이 있습니다. 역시 당첨이 된다면 개인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한참 글을 쓰고 있던 802회차에서 슬픈일이 생겼습니다. 16개의 1등 당첨게임이 나왔는데, 이 중 수동으로 번호가 선택된 게임이 11개였습니다. 그리고 당첨게임 판매점이 아래와 같았습니다.



같은 곳에서 수동으로 같은 번호조합이 2, 3개씩 팔렸다면, 한 사람이 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번호를 사서 친구들과 나눴을 수도 있구요!) 당첨 게임은 16개지만, 실제 당첨자는 11명입니다. 만약 저 세 분이 하나의 게임만 샀다면, 1인당 당첨금액은 10억 829만원이 아니라 15억 7,520만원이었을 겁니다. 물론 2장을 산 당첨자는 20억을, 3장을 산 당첨자는 30억을 받게 되지만, 1장씩 샀을 때의 당첨금 15억 7,520만원의 두 배, 세 배보다 당첨금은 적습니다. 최근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같은 번호를 여러장 샀을 때의 예상 당첨금액은 다른 번호 조합을 하나씩 샀을 때보다 적습니다. 게다가 다른 당첨자들이 안타깝기도 하구요. 



로또는 그냥 재미로 해야 합니다.


게임 참가자의 97.6%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겨우 2.4% 정도가 돈을 벌고, 큰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1,000원으로 한 게임을 살 때마다 600원은 남의 주머니로 들어가죠. 명당을 찾고, 최적의 번호 조합을 찾고, 아무리 애를 써봐야 당첨확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냥 내키는대로 아무데서나 마음대로 (그러나 이왕이면 자동으로) 사세요!




로또는 (예측 불가능한 확률로 가득찬) 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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